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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만성 반복성 복통 증후군'


툭하면 "엄마, 배 아파" 꾀병 아닐수도
통증 가시면 멀쩡… 소화장애·스트레스 등이 원인
 

 국제신문 건강면 [2004/06/13 20:07]

 

 어린이들이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은 부모들의 과잉보호도 한 원인이므로 실제 병원을 찾아야할 증상이 어떤 것인지 잘 가려야 한다. / 김성효기자 kimsh@kookje.co.kr

 

 

"엄마, 배 아파."

5살 짱이(가명)는 '배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가만히 보면 밥 먹어라고 할 때나, 이젠 자러 갈 시간이라고 하거나,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시킬 때 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문제는 뻔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엄마다. 혹시, 정말 배에 탈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만성 반복성 복통 증후군'일 경우가 많다.


◇심리적 정서적 원인

어린이들은 배 아픈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과장하기도 하며 진료실에서 딴전을 피워 의사들도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할 때 원인은 크게 급성질환과 만성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복통은 위장염, 변비나 맹장염, 복부 임파선염, 장의 폐쇄(장중첩증)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적, 반복적인 복통이 지속되는 경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할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되는 흔한 질환이 '만성 반복성 복통 증후군'이다. 4~15세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잦으며 3개월 이상, 3회 이상,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의 복통을 느낀다면 이를 의심할 수 있다. 초등학생 중 10명에 1, 2명은 이같은 증상이 있을 만큼 흔하다. 대개 스트레스나 장의 과민에 의해 생기는 기능성 복통이다. 청소년기에는 비궤양성 소화불량증 또는 과민성장증후군 등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수개월에서 수년간 반복적으로 복통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 학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통증이 없는 평상시에는 잘 지내므로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보면 심리적, 정서적 원인으로 장운동이 빨라져 통증이 오는 것이며 정말로 아픈 것이다.



◇복통은 세가지 형태

복통은 크게 세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배꼽 주위의 통증을 호소하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배를 움켜쥐고 동시에 머리가 아프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 형태는 주로 식사 후 명치끝이 아프다는 형태이다. 세번째는 좀 더 나이든 사춘기 청소년이 과민성 대장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로 가끔 설사 변비가 뒤섞여 나오고 배변 후에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한다. 세가지 형태 모두 가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일단 증상이 있을 때는 분명히 아파 보이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멀쩡하다.



◇원인도 다양

어린이의 기능성 만성 반복성 복통의 원인으로는 소화관 운동장애, 위장관 과민증, 스트레스 등에 의한 자율신경 기능장애, 염증, 유전적 소인 등을 들 수 있다.

소화관 운동장애는 위장관내 음식물이나 대변이 장의 연동운동에 따라 이동하는 기능에 장애가 있는 경우이며 위장관 과민증은 가스 등으로 장관이 부풀어 오를 때 통증을 느낀다. 자율신경 기능장애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통을 일으키며 자율신경계에서 나오는 운동 및 감각신경의 기능장애 때문에 일어난다. 개학,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기 싫은 과외 수업을 많이 할 때,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경우 등에 나타난다.

염증은 위장점막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로 최근 위염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세균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전적 소인은 드물게 특정한 가계에서 주로 기능성 복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소인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부모가 자식에 대한 과보호나 너무 엄격하게 자녀를 기르거나, 우울증 등 정서장애를 갖고 있는 가정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어린이를 진찰하면 약 90%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기능성' 복통증이며 10% 정도만 위궤양, 신장질환 등이 있는 '기질적' 질환을 가지는 복통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성 반복성 복통 어린이에 대한 내시경 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진단 방법이 개발돼 점차 기질적 원인이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진짜 아픈 경우를 잘 살펴야 한다

기능성 복통증인 경우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질적인 원인일 경우 즉시 조사해야 한다. 기질적인 원인이 있을 땐 흔히 보이는 증상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밤에 아파 깨거나 통증 부위가 배꼽 주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아플 때, 열이 동반되거나 구토 설사 변비 혈변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기질적 병변일 가능성이 크므로 반드시 소아과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표물참조〉

◇ 진단과 치료 - 초음파·내시경 검사… 스트레스 해소·식이요법 효과

병원에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대변검사, 복부 X선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내시경 검사, 위장관 조영술 등 다양한 검사를 한다.

치료는 병의 원인이 대부분 스트레스 탓이라는 것을 부모가 인식하고 아이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 없애주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어린이가 통증을 호소할 때 부모는 불안해하거나 걱정스런 모습을 보이기 보다 애정어린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프다고 엄마가 과잉보호 하거나 해달라는 대로 모든 것을 다 들어준다면 아이는 아픈 것으로 인해서 2차적 이득을 얻게 되므로 아픈 것이 오히려 멈추지 않을 수 있다. 또 기능성 복통이 있더라도 가능하면 학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식이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변비가 주증상이라면 과일과 야채와 같은 섬유질 섭취를 늘려주면 좋다. 또 우유의 당분인 유당에 내성을 일으켜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제가 감소되어 있는 일부 소아에게 우유를 먹이면 유당이 소화되지 않고 장에 남아서 발효돼 여러가지 유기산들을 만들어 장을 자극해 설사나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럴 땐 유당을 제거한 식단이 도움이 된다. 특히 카페인이나 소비톨이 많이 든 음식이나 탄산음료 등의 지나친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적절한 영양섭취,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통이 있다고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 약을 함부로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


◇ 아이 이럴 땐 병원 가봐요

-통증으로 인한 수면장애(잠깰 정도)
-복통의 횟수와 강도가 점차 악화
-구토, 설사 또는 변비 동반
-혈변
-얼굴이 창백할 때
-체중감소(성장저하)
-열이 동반될 때
-배꼽으로부터 먼 부위 통증
-특정 국소부위가 지속적으로 아플때
-배뇨(소변보는데)장애 동반

/ 도움말=송민섭·인제대 부산백병원 소아과

정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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